서울대 정문
서울대 정문 /조선DB

서울대가 교내 도서관 건립에 600억원을 기부한 민간 재단에 도서관 공간 중 942㎡(약 285평)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했다가 증여세 6억여원을 물게 됐다. 서울대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은 “증여세 부과가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우리 세제(稅制)가 공익재단의 기부를 얼마나 어렵게 만드는지 보여주는 사례로 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서울대는 2012년 6월 관정교육재단에서 교내 도서관을 기부받기로 협약해 2014년 12월 지하 1층, 지상 7층 규모의 관정도서관을 준공했다. 관정교육재단은 삼영화학 이종환 명예회장이 설립한 장학재단이다. 도서관 건립에는 관정재단 기부금 600억을 포함, 총 700억이 들었다. 이후 서울대는 관정재단이 25년 동안 도서관 1·2층 일부에서 학생과 교직원 등을 대상으로 편의 시설을 무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가했다. 공익재단인 관정재단이 다소나마 운영 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관정재단은 해당 공간을 문구점, 편의점 등으로 제3자에게 임대했다. 그러나 관할 관악세무서는 당시 세법상 증여세 부과 대상으로 정한 ‘공익법인 등이 출연받은 재산 등을 그 출연자 등에게 임대차·소비대차 등의 방법으로 사용·수익하게 하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서울대에 증여세 6억7000여만원을 과세했다. 무상 사용 부분을 약 20억 7000여만원으로 잡아 산출한 액수다.

서울대는 과세 처분을 취소해 달라고 소송을 냈다. 서울대는 “학교와 관정재단은 2013년 이미 관정재단이 해당 부분을 무상으로 사용하기로 합의했다”고 주장했다. 도서관은 공익을 위한 시설로 수익금이 학생들의 장학금으로 사용되는 만큼 증여세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도 폈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박양준 부장판사)는 “무상 사용 부지에 입점한 편의점, 식당 등은 상업 시설”이라며 이를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이번 과세 처분과 판결에 대해선 탈법 증여를 막기 위한 세법 규정을 도식적으로 적용해 기부를 위축시켰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조세 전문 변호사는 “해당 조항은 기업가가 가짜로 공익법인을 만들어 자산을 기부해 면세받은 뒤 사실상 자녀에게 사용하게 하는 식의 행태를 규제하기 위한 것”이라며 “공익재단(관정재단)이 공익법인(서울대)에 기부한 이 사건에는 적용될 이유가 없다”고 했다. 사건을 대리한 강남규 변호사는 “기부받은 공익법인에 가혹한 판결”이라며 항소할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