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법무부 검사징계위원회를 하루 앞둔 9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차량을 타고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주차장을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절차가 검사징계법 9조를 정면으로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조항은 검사징계위원회 위원장이 심의 기일을 정하고 출석을 명할 수 있도록 한 내용이다. 징계 절차 전반을 위원장이 관장해야 하는데 현재 윤 총장의 경우 징계위원장조차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추 장관이 윤 총장을 징계청구하고 징계위원까지 지명·위촉하는 데 있어 소집절차까지 주도하고 있어 절차적 하자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 징계위원회 소집 자격 없는 사람이 소집한 징계위원회에서 이뤄진 해고 결정은 무효라는 2017년 7월 서울고법 판결이 법조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윤 총장 징계절차의 법적 하자도 징계 효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 윤 총장 논란과 닮은 꼴, ‘공제조합 해고 사건'

한 운수업의 공제조합에 근무하는 A씨는 조합으로부터 근무 태만 등을 이유로 해고 처분을 받았다. 그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받았고 회사는 징계 정당성을 주장하며 이를 취소해 달라는 소송을 냈다. 1심은 “해고가 정당하다”며 회사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2심은 절차적 문제에 주목했다. A씨의 해고를 결정한 징계위 소집이 권한 없는 사람에 의해 이뤄졌다는 것이다.

해당 조합의 복무규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 위원장은 이사장이 맡도록 했다. 또한 징계위원장이 징계대상자에게 회의개최 3일 전까지 징계사유, 회의일시, 장소를 명시해 서면으로 통보하도록 했다.

당초 징계위는 2014년 4월 예정돼 있었지만 ‘소명 기회를 달라’는 A씨 요청에 따라 그해 11월에 징계기일이 잡혔다. 그 사이에 이사장은 임기만료로 사임했고 징계 당일까지 후임 이사장이 임명되지 못했다.

그러자 조합 측은 징계위 개최를 확정하는 내부 결재서류에 이사장 결재란은 공란으로 둔 채, ‘징계위원회 위원장’ 명의로 A씨에 출석 요구서를 보냈다. 징계 전날까지 위원장이 결정되지 않은 채 법무부가 절차를 주도하는 현 상황과 유사하다. 조합의 다른 간부들로 구성된 징계위는 위원 네 명 중 한 사람을 위원장으로 호선(互選)해 A씨 해고를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 이사장 아닌 간부가 징계위 소집, 법원 “위법”

재판부는 “이사장 아닌 다른 사람이 소집한 징계위원회는 규정을 위반해 권한 없는 자에 의해 소집 및 출석 통보가 이뤄진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했다.

회사는 “복무규정에 따르면 위원장 유고 발생시 직제순에 따라 직무를 대행한다”며 소집이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사장이 사임했더라도, 공제조합 연합회 규정에 따라 후임 임명시까지는 징계위원장 직무를 대행해야 한다”며 “그의 사표가 수리됐다는 이유만으로는 ‘유고’로 볼 수 없으므로 이사장이 아닌 다른 사람에 의한 징계절차 소집은 위법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징계 처분은 절차상 하자 있는 징계위원회의 의결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서 위법하므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 민간영역 징계도 ‘절차’ 엄격 해석

서울고법의 이 판결은 현재 대법원 판단을 앞두고 있다. 회사 내 징계로서 공무원인 윤 총장의 징계와는 적용 규정과 징계절차가 다르지만, 윤 총장 경우와 마찬가지로 ‘적법한 회의 소집권자' 에 대한 법원 판단이란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이사장이 징계위원장으로 징계위 소집절차를 진행해야 하는데 다른 사람이 진행해 징계 자체가 위법하다고 본 것이다. 이사장이 사임한 경우에도 규정 해석상 후임 선임 전까지는 사임한 이사장이 진행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한 판사 출신 변호사는 “법원이 민간 영역의 징계절차에 있어서도 적법절차를 엄격히 지켜야 한다고 본 것”이라고 했다.

윤 총장의 경우 검사징계법상 징계위원장이 회의 소집 등을 주도하게 돼 있는데, 징계청구권자인 추미애 장관이 이끄는 법무부가 이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한 검찰 간부는 “검사징계법은 재판절차 규정이 준용되는데, 지금 상황은 법원에 공소제기를 한 후에도 검찰이 재판날짜를 잡고 피고인에 소환통보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위법한 상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