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X & LAW] 변호사(KO, USA, IL) 이재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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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tle]
경매’로 시세보다 비싸게 아파트 사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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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2-09-09 14:52수정 :2012-09-09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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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광풍의 끄트머리였던 2008년 지금의 하우스푸어들은 아파트에 인생을 걸었다. 빚으로 손에 넣은 아파트는 결국 경매시장에서 빚잔치로 사라진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부동산 광풍의 끄트머리였던 2008년 지금의 하우스푸어들은 아파트에 인생을 걸었다. 빚으로 손에 넣은 아파트는 결국 경매시장에서 빚잔치로 사라진다. 사진 한겨레 김정효
브로커, 수수료 높이려 고가입찰 유도
“일반 주택 경매에는 희망 없다” 말하기도
지난해 5월 서울 서부지방법원 경매장이 소란해졌다. 서울 마포에 있는 한 다가구주택 입찰에 나선 사람들이 무려 36명. 입찰자를 호명하는 데만도 시간이 한참 흘렀다. 그중에는 아기를 업은 여성도 끼어 있었다. 2억원대에 경매를 시작한 이 주택은 4억원이 조금 못 되는 금액에 낙찰됐다. 2위와 격차가 1억원 가까이 나는 전형적인 고액 입찰이다. 경기도 분당에 사는 낙찰자는 법원에 나오지 않았고 중개업자로 보이는 사람이 대리입찰을 했다. 인근 부동산에 비슷한 규모의 주택이 4억원에 나온 사실을 고려하면 왜 이 주택을 비싼 값에 낙찰받았는지 궁금해진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메트로컨설팅의 윤재호 대표는 “값비싼 주택을 턱없이 비싼 가격에 낙찰받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서울 노원구의 소형 아파트를 시세보다 비싸게 경매로 사는 사람은 많다”며 “가진 돈이 적은 사람일수록 경매로 집을 싸게 산다고 믿고 싶어 한다”고 말했다.
“솔직히 바지를 세워본 적 있다”
‘남보다 싸게 살 수 있다’는 환상을 좇아 경매시장으로 몰리는 이들을 환영하는 사람은 경매 브로커다. 오랫동안 경매를 대행해온 이아무개씨는 “솔직히 말하면 바지를 세워본 일이 있다”고 고백한다. 브로커에게 대리입찰과 명도를 맡기면 낙찰자는 감정가의 1%나 최저 매각가의 1.5% 정도의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보통 전국에서 한 달에 20만 건 정도의 경매가 진행되는데 그중 3만 명 정도의 낙찰자를 잡아 수수료를 받는 치열한 시장이다. 낙찰을 받아야 수수료를 받기에 고가 입찰을 유도하기도 한다. 그러나 사후 가격이 공개되면 낙찰자의 항의가 만만치 않기 때문에, 고가 입찰을 권유하는 한편으로 아는 사람을 그보다 조금 낮은 가격으로 입찰시키는 것을 ‘바지’라고 한다. 낙찰자 처지에서는 비싼 값에 주택을 사는데다 수수료도 늘어나는 셈이다.
경매시장은 갈수록 증권시장을 닮는다. 낙찰가율은 평균 70%. 주택 시세가 크게 하락하는 상황에서 그다지 저렴한 가격도 아닌데다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주택에는 사람들이 몰려 시세보다 높은 낙찰도 비일비재하다. 한 경매정보 사이트에서 일하는 김아무개씨는 “일반 주택 경매에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나는 여럿이 돈을 모아 공동투자를 하거나 유치권 등 사람들이 꺼리는 특수 경매 쪽으로 일찌감치 돌아섰다”고 말했다. 경매 컨설팅업체와 경매 교육이 난립하며 일게 된 공동투자 붐은 경매시장의 주력 트렌드다.
그러나 공동투자의 위험성 또한 진작부터 알려져 있다. 2010년 ‘경매의 달인’으로 알려졌던 김길태 지앤비 회장이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 회장은 경매 교육을 받겠다며 찾아온 수강생들을 상대로 “수익률이 높은 물건이 있으니 투자하라”며 차용증을 써주고 50억원이 넘는 돈을 받았다. 김씨가 투자금을 유치하려고 거짓말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자 고소가 잇따랐다. 그는 2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서 복역 중이다. 그러나 그가 쓴 <경매로 500억 번 비결> 등 경매투자서는 지금도 버젓이 인터넷 서점 등에서 팔리고 있었다. 윤재호 대표는 공동투자의 위험성을 이렇게 경고했다. “일부 업자는 유치권·지상권 성립 여지가 있는 건물을 골라 수십 명의 투자자에게서 2천만~3천만원씩을 모은다. 또 교육생을 기반으로 투자동호회를 결성해 수십억~수백억원짜리 대형 건물에 투자하도록 한다. 실은 기획부동산의 전형이며 불법 유사수신행위다. 공동투자는 가능하면 피해야 할 함정이다.”
유행처럼 번지는 공동투자의 함정
최근 인터넷 경매 카페와 경매학원을 중심으로 부동산 부실채권(NPL) 구입을 위한 공동투자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지금 경매 컨설팅업체를 찾아 “경매하러 왔다”고 하면 “경매보단 NPL을 하라”고 권할 확률이 높다. 일부 경매학원 강사들도 NPL 투자를 적극 권유한다고 한다. 관심이 높아지자 부동산태인과 지지옥션 등 주요 경매정보 사이트들에서도 NPL 검색 서비스를 시작했다. NPL(부실채권·Non Performing Loan)이란 금융권에서 돌려받지 못한 채권을 말한다. 은행에서 주택 담보로 설정했지만 돈을 돌려받지 못한 저당권 수십 개를 자산유동화회사에 싼값에 판다. NPL 투자는 개인투자자들이 자산유동화회사에서 근저당권을 산다는 뜻이다. 주택이 비싼 값에 낙찰되면 채권만큼 배당을 받거나 직접 낙찰을 받아 수익을 거둔다는 논리다. 부동산태인에서 조사한 바에 따르면 NPL 낙찰 물건이 경매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4486건(4.77%)에서 2011년 8283건(11.02%)으로 크게 늘었다. 정대홍 부동산태인 팀장은 “채권을 액면가보다 싸게 사므로 경매시장보다는 상대적으로 대중화가 덜 된 NPL 시장이 아직은 괜찮아 보인다”고 했다.
그러나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부동산 컨설팅사인 이웰에셋 이영진 부사장의 판단은 이렇다. “투자 방법 자체가 변질됐다. 일반인들이 주도할 수 있는 NPL이 많지 않고, 대형 자산유동화회사들이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형국이다. 자산유동화회사가 금융권에서 사들인 가격보다 비싸게 개인에게 파는데다 가치 있는 부동산은 경매까지 내놓지 않는다. 자산유동화회사가 쥐고 있는 채권 정보가 공개되지 않는 한 일반인이 수익을 내기는 어렵다.” 윤 대표도 “NPL 투자는 비싼 채권을 개인투자자들이 떠안을 수 있다”며 “오히려 위험한 공동투자만 키운다”고 했다.
교육·경매대행 말고도 경매시장 수수료로 먹고사는 이는 많다. 낙찰을 받아 법원을 나서면 대출알선업체와 등기대행사의 광고지가 쏟아진다. 낙찰자는 경매대행업체, 대출알선업체, 법무사 등에 수수료를 지급하게 된다. 같은 은행이라 하더라도 모든 은행에서 경매잔금을 대출해주는 것은 아니다. 보통 여신이 풍부하거나 공격적으로 영업하는 은행 지점들이 모집원을 통해 경매잔금 대출 수요를 찾는다. 시중은행에 물어보니 “5억원짜리 주택을 구입한다고 했을 때 최대한 2억원 정도 대출이 가능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한 대출모집인은 “5억원 주택을 구입한다면 시중은행과 특수은행 2곳에서 90%를 대출할 수 있다”고 했다. “입찰금 10%도 서울보증보험에서 빌릴 수 있다”는 설명도 있었다. 이율은 주택담보대출보다 0.5~1% 정도 높았다. 은행 처지에서는 채권을 일부 회수하면서 경매자금 대출로 이자를 받을 수 있는 곳이 경매시장이다. 물론 큰 빚을 지고 부동산을 제값에 팔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경매 전문가들은 “제 돈 한 푼 없이 경매한다는 환상은 투자가 아닌 투기를, 도박을 권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대출 커넥션, 그들만의 리그
입찰금 10%만으로 수십 채의 주택을 경매로 구입하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도 있다. 윤재호 대표의 설명은 이렇다. “흔히 돈 많은 입찰자들은 은행과 이미 대출약정이 정해져 있다. 한 은행은 VVIP 고객에게 낙찰가의 90%를 대출해준다고 한다. 돈 많은 낙찰자는 적은 돈으로 수십 채의 부동산을 굴릴 기회다. 경매시장에서는 자본금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은행원이나 은행장 출신이 많다. 미리 대출자금을 확보하고 경매에 들어가는 그들만의 리그라고 봐야 한다.” 이와 관련해 <한겨레21>은 시중은행에 경락잔금 대출 현황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 은행원은 “전에는 그랬던 것이 사실이지만 지금은 금리도 낮고 주택담보대출 규제가 심해 그럴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말했다.
남은주 기자 mifoco@hani.co.kr


원문보기:
http://www.hani.co.kr/arti/economy/economy_general/550808.html#csidx85f6cc2a5e46a66896940d775503d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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